Present/일기상자 | Posted by walkingcat 2018. 8. 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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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5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만 있게 되었다.

나름의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했던 걸 안하게 되니 일부러라도 한숨 돌릴겸 엉덩이를 떼던

시간이 없어져 버렸다.

늘상 금연이란 단어는 거창하다고 생각했다.

그냥 그런 주말이나 잔뜩 술마시고 속 거북한 다음날은 별로 담배 생각이 나질 않아

하루하고도 반나절 쯤은 거르기도 했으니.


이번엔 토요일 저녁 술을 잔뜩 마시고 일요일 점심 시간이 지날 무렵까지도 있지도 않은걸

수차례 게워 내느라 담배를 피우지 않은 월요일이었다. 무슨 바람이 불어선지 그냥 며칠 더

안피워볼까 싶었다. 사실 토요일 남대문에서 사온 담배 두어보루가 뜯지도 않고 있는데.

아깝기도 했지만 뭐 버릴것도 아니니 여지껏 트렁크에 꺼내지도 않고 있다.

괜스레 사탕이나 과자도 한큼 사놓기도 했지만 원래 안먹던게 갑자기 손이 갈리도 없고

그냥 몇 있지도 않은 편한 친구 하나랑 떨어진 기분이다. 사실 이렇게 일부러 떠올리지

않으면 별로 생각도 안나긴한다.


딱히 힘든 것도 딱히 거리낄 것도 없는데 담배를 안피우는 것이 더욱 나은 삶인가 싶기는 하다.

그냥 고민 없이 사는게 더 좋을까 싶기도 하고.

세시반 네시쯤 모니터에서 눈을 떼면 예전 같았으면 세시쯤엔 커피 한 잔 내리고 그랬을 텐데

어쨋건 하루 종일을 빼곡히 쓰는 일기장에서 쉼표를 뺀 것 같은 생활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잠 못들고 있는 밤이 며칠 늘었는데 그것 때문인 것 같지는 않다.

-공기만 마시는 중


18.04.25

시리 내가 제일 많이 전화한 사람이 누구야


18.04.15

갔습니다. 내 친구들

한 명은 집으로 한 명은 이제 8000km 멀리

저는 여기서 배웅합니다 같이 못가서 미안해요

같이 못나가서 아쉽네요



18.04.11

성격좋은 사람은 글른 것 같지만

맘씨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은 해야지


18.03.30

마음 속으로 쓰다가 구겨버린 편지가

오늘 이 벚꽃잎 만큼이나 많단걸 알까요


18.03.19

무언갈 닮은 것 같은

마른 꽃을 샀는데

전해야 할 곳을 잃어 버렸다


18.03.19

비가 오는 날 밤

버스를 타고 뒷쪽 창가에 앉아

창에 맺힌 빗방울 위로 부풀어 오르는 가로등 스쳐 보기


18.03.18

내가 낮잠이 없던 것은

체력이 넘친다거나 피곤함과 거리가 있는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못난 성격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지언정 벌건 해 아래 잠드는 것은

게으름이라 채찍질 했기 때문이었다.


요즘 시도때도 없이 혼곤히 잠드는 이유는

지난 주말 친구들과 술잔을 마주치며 밤을 새웠기 때문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사방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헤메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세찬 입김을 맞으며 부러지지 않기 위해 오랫동안 홀로 서있어

왔기 때문이다.


18.03.17

꽃이 피어 사람들이 불어오기 전에 걷고 싶은 곳이 있다.

누군가 준비 해놓기 전에 가면 아직은 쌀쌀한 공기를 맡으며

가로등 아늑한 색을 따라 생각을 흐리고 올 수 있겠지.

빨리 카메라를 구해야 할 텐데.


18.03.17

요즘 창밖에서 새 소리가 자주난다. 그 녀석은 내가 주의깊게 들어보아도 짧은 간격으로

똑같이 울어댄다. 아무리 주의 깊게 들어도 토씨하나 억양 한 점 달라짐이 없다.

평일 세시 반이면 저것과 꼭 같은 새소리가 작게 틀어진다. 새로운 일을 맡으며

매일 네시까진 메일을 보내야 하는 일이 있어 설정해둔 알람이다. 그 소린 작은 이어폰

구멍을 새어나와 나에게만 들릴듯 말듯 한 정도로 내 귀를 잡는다. 사실 누군가의 귀에

닿을지도 모르지만 누구도 알아채진 못할 것이다. 그런 새 소리는 사무실이라는 장소와

이질적이라 쉽게 알아 챌 수 있을 것 같지만 다른 소음에 뭍혀서가 아니라

아예 요즘 사람의 삶에서 기대 할 수 없는 것이라 그렇다.


사람들의 맹점 주변만 날아다니는 예쁜 나비가 있다면 그러할 것이다.

저 소리가 진짜 새 소리임을 알게 되는데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거 사무실 컴퓨터 알람 소리 같은데 환청인가?

누군가의 알람 소리인가? 진짜 새 소리인가?

반복되는 소리가 너무 똑같은데?

혹시 방안에서 나는 소리인가?

이어지는 한참의 의심을 통과하고 나서야 저 소리가 진짜 자연의 소리임을 인정했다.

토요일 오후 네시쯤 들리는 저 소리는 의심스럽지 않아 다행이다.


18.03.17

뾰족하게 얘기하자면

세상의 감성이 나를 밀어내는 것인지

반대로 내가 밀어내고 있는 건지..


18.03.15

나는 정리하는 말을 좋아하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아쉬워 그 여운을 한데 가두어 놓고 싶은 마음

때문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