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일기상자 | Posted by walkingcat 2017. 5. 1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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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5.10

도착하는 비행기 안의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분주히 일어서는 순간

문득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7.05.06

그냥 해가 지길 기다려봤다.

바다로 뾰족히 들어간 부두 끝에 앉아서 반시간쯤 바람을 맞고 있다보니

잔뜩 흐린 날씨도 노을을 기다린다는 것도 흐린 바람에 쓸려 텅비어버린 것 같다.

이 바람은 채우지 않고 흩어버린다. 막연히 노을을 담아보려 온 여정이

이렇게 쉽게 허무해질 줄이야. 허무하다는 말을 처음 깨달았다. 한 점의 실망도 묻지 않은

애초에 없었던 것 같은 것이 허무가 아닐까. 그보다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허무는 실망과 좌절이 아니라 의문을 남긴다.

내가 진실로 그 목적을 갖고 있었던 것이 맞는가 하는.

밤이 와버렸다.